- 북민위
- 2025-07-15 06: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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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자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2006년 10월 26일, ‘글로벌시대, 희망한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대학 초청 강연하시던 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청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군 복무를 마치고 대북, 통일 문제에 눈을 뜬 대학생이었고, 후보자님께는 햇볕정책의 상징적 인물로서 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설명하시던 시기였지요.
당시 ‘개나리 아저씨’란 별명으로 불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용기 내어 한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북한 핵실험(1차 핵실험, 2006년 10월 9일)이 발생했습니다. 나그네가 자신의 외투를 벗기려는 의도를 알아버린 이상 햇볕정책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러한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실효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에 후보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포용정책과 북한이 행한 핵실험은 무관합니다. 최근 ‘포용정책이 핵 실험을 불렀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국민들의 수준에 통용되지 않는 정치적 선동에 불과합니다. (중략) 포용정책은 전쟁 가능성을 없애고 평화를 공고히 하자는 목적입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대화는 제게 큰 자극이었고, 울림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탈북민 지원, 통일 교육, 인권 활동에 투신하게 되었고, 지금은 통일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지금, 후보자님이 다시 통일부 장관 후보로 청문회에 오르십니다. 19년 전 청년이었던 제가, 오늘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후보자님께 다시금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Ⅰ. 이재명 정부와 실용주의 대북정책의 현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실용주의’라는 키워드로 상징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남북관계에 있어 세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첫째, 경제안보 중심의 외교 전략입니다. G7·G20과의 연대, APEC 외교 역량 강화, 수출 품목과 시장 다변화, 핵심 소재 공급망 확보 등은 기존의 남북 중심 외교와는 결을 달리합니다.
둘째, 북한 핵 위협의 단계적 감축과 남북 긴장 완화 병행 전략입니다. 이는 남북 간 신뢰 회복과 함께 억지력을 유지하려는 절충적 접근으로,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포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남북 인도주의 협력의 제도화입니다. 이산가족 상봉, 민간교류 재개, 재외동포 안전 등은 정치적 긴장과는 별개로 실질적인 교류 기반을 다지겠다는 입장입니다.
즉,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원칙 없는 포용’도, ‘대결 일변도’도 아닌 국익 중심의 전략적 포용으로 읽힙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후보자님께서 다시 통일부를 이끌게 된다면, 과거의 햇볕정책과 오늘의 실용주의에서 어떻게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Ⅱ. 통일부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통일부의 현실은 솔직히 말해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탈북민을 만나며 이 부처가 너무 ‘외교의 보조’ 혹은 ‘형식적 기획조정’ 역할에 머물고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정책조정 기능 약화: 대북정책은 외교부, 국정원, 국방부 등 다부처 조정이 필수인데, 통일부의 의견은 전략 설계보다는 사후 집행으로 밀려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북민 정책의 형식화: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시하기에 탈북민 정책은 정책적 관심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탈북민 정책과 남북관계 개선을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통일 인식의 변화: 2023년 통일부가 교육부와 함께 전국 초·중·고 756개교 학생 약 7만 4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도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49.8%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진 것입니다. 반면 ‘통일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39.8%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후보자님께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 보고 있으신지, 그리고 통일부의 기능 재정립에 관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Ⅲ. 실용적 통일부, 가능합니까?
저는 후보자님의 풍부한 경험이 분명히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실용주의라는 새 정부 기조와 부합하려면, 다음의 네 가지 실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부처 간 정책조정 권한 강화: 통일부는 기획예산처, 외교부, 국정원과 대등한 조정력을 가져야 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에서의 조율이 아닌 ‘협업의 설계자’로의 기능 전환이 필요합니다.
북한인권 및 정착지원의 중심 기관화: 통일부가 북한인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시각에서도 납득이 어렵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의 출범과 독립성 보장을 통일부가 주도해야 합니다.
정책 데이터 기반 행정 전환: 북한이탈주민, 접경지역, 민간교류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정책 AI·데이터팀 신설을 제안합니다.
청년세대 통일정책 참여 구조 마련: 청년 통일정책 참여단, 시민 통일사절단, 청년 대상 민간교류 플랫폼 등을 통해 ‘국민의 통일부’로 기능을 확대해야 합니다.
Ⅳ. 마무리하며
후보자님, 19년 전 후보자님과 짧은 대화를 나눴던 그날의 저는 학생에서 통일 정책을 고민하는 활동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질문과 제안을 담아 이 편지를 드립니다. 그때처럼 단호하면서도 열린 시각으로 귀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청문회는 단지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 아니라, 통일부가 이 시대에 필요한 부처인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가를 가늠할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실용적 통일정책의 실현을 위한 설계자로서, 통일부를 다시 국민 속으로 되돌려주시길 바랍니다. 응원하겠습니다.
2025년 7월, 문동욱 위메이크코리아 대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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