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만이 올바른 통일의 길
  • 관리자
  • 2010-06-07 1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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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만이 올바른 통일의 길

- 황장엽, 김덕홍 - 2001년 8월 1일

우리가 북의 독재를 반대하고 남의 민주주의를 찾아 온 지도 5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이 기간에 남북통일에 관한 우리의 목표는 크게 후퇴하였다.

남행을 결의하였을 때 우리는 남한 형제들과 협력하면 북한의 독재체제를 5년 이내로 반드시 붕괴시킬 수 있다고 예견하였다. 모든 것을 다 희생시킬 각오를 한 그 시각에 우리가 근거 없이 이런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한해 동안에 100만 명의 아사자를 낼 정도로 북한의 경제위기가 심각하였다는 단 한가지 사실만 지적하여도 당시의 북한 사태의 엄중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태가 5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아사자 수는 천만에 가까워질 수 있으며 모든 군수공장 마저 문을 닫게 되어 군대의 기계화부대가 무용지물로 될 수 있다는 것이 뻔하였다. 이것은 북한 독재정권의 무장해제를 의미하며 군사력에 생명을 걸고 있는 북한 통치자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다 죽어가던 북한 독재체제는 되살아났으며 선군정치니, 강성대국이니 하며 수령독재의 불패성을 휘두르면서 다시 평화와 민주주의에 도전해 나서게 되었다.

우리는 그 동안 북한 독재체제가 되살아나게 된 원인과 조건에 대하여 여로 모로 심사숙고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남북통일의 목표를 대폭 하향 조정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가 찾아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만이라도 확고하게 고수해야 하겠다는 데로까지 후퇴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러한 판단을 내리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일정한 근거가 있다.

지금 남북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 견해가 유포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체제에 의하여 남북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이며, 둘째는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초하여 통일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셋째는 남북간의 체제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적 화해와 협력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견해인데, 이 견해가 한국에서 주도적 흐름으로 되고 있다.

첫째 견해는 북한의 막강한 군사력과 수령의 유일사상체계와 유일적 영도체제로 일원화된 사상과 조직의 강력한 힘에 기초하고 있으며 남한 내에도 잘 조직화되고 적극적인 활동력을 가진 집단이 이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둘째 견해를 지지하는 남한의 민주주의 수호 역량은 남한내의 친북 단체들과의 대결에서도 애를 먹고 있는 형편에 있으며 국가적으로 주도권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는 민주국가를 창건하고 그것을 수호하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싸워온 많은 애국지사들과 그들의 뜻을 이어 가는 새 세대들도 적지 않다. 또 대한민국은 세계의 최대의 민주주의 강국인 미국을 동맹자로 가지고 있으며 이웃인 일본과도 긴밀한 민주주의적 협조관계를 맺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의 민주수호 역량은 중요한 우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독재집단도 외롭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은 지리적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강력한 혁명적 동맹을 견지하고 있으며 군사대국인 러시아의 지지도 회복되고 있다.

이러한 양편의 역량관계를 종합적으로 비교분석 해 볼 때 우리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체제의 운명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독재체제에 기초한 통일을 견결히 반대하고 오직 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만을 지지한다. 독재와 민주주의의 대립에 대하여서는 절대로 모호한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다.

왜 민주주의만이 올바른 통일의 길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여 민주주의가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며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상의 본질은 주권재민의 사상, 즉 인민이 주권의 주인으로 되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인민이 주권의 주인으로 된다는 것은 인민이 국가와 사회의 주인의 지위를 차지하고 주인으로서의 창조적 역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무엇에 예속되지도, 지배되지도 않는 자주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창조적 역할을 마음껏 할 것을 요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근본적인 인간의 요구는 없다. 자주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창조적 역할을 하려는 인간의 근본요구가 실현되어 나가는 과정이 다름 아닌 인간의 운명이 개척되어 나가는 과정이며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다. 사회발전의 수준과 인간의 행복의 수준은 결국 인간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자주적인 지위와 창조적 역할의 수준의 높이에 의하여 규정된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인민이 주권의 주인으로 되어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요구는 사회발전의 매우 높은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상이 제기된 이후 인류는 그것을 실생활에 구현하기 위하여 정력적으로 전진하여 왔지만 민주주의적 요구를 완전히 실현하는데는 아직 멀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도 인류가 민주주의 사상을 확고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장기간 전진운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자들은 국가적 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제도를 수립하고 계획경제를 실시하며 무산계급 독재정권을 수립하고 계급투쟁을 끝까지 진행하는 방법으로 계급이 없는 이상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새로운 지도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회주의 건설의 역사적 실천은 계획경제와 무산계급 독재가 결코 인민들의 자주적 지위와 창조적 역할을 높이는 좋은 방도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실증하였다. 사회주의는 민주주의와의 경쟁에서 참패하고 붕괴됨으로써 공산주의자들을 따라간 수많은 순진한 근로대중들과 선량한 지식인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불행을 안겨준 역사적 오점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마치도 인류의 미래가 사회주의에 속한다는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사회주의를 동정하는 사람들을 진보적 인사로 존대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을 이익보수주의자로 비판하는 시대착오적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은 민주주의 사상보다 발전된 진보적인 새로운 사상인 것이 아니라 뒤떨어지고 현실과 유리된 낡은 사상이다. 민주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 사회가 독재에 기초한 사회주의 사회로 넘어가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이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로부터 사회주의적 독재에로의 이행이 역사발전의 필연성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보다 더 개선되고 완성되어 나가는 것이 역사발전의 합법칙적 과정으로 된다. 새것의 탈을 쓴 낡은 것에 더는 현혹되지 말아야 하며 진보와 퇴보를 헷갈리는 어리석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세습적으로 계승되고 있는 수령독재체제인 우리 식 사회주의를 아무리 미사여구를 다 동원하여 찬양하여도 그것이 인민들을 무더기로 굶겨 죽이며 말 한마디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만세만을 외치게 하는 반인민적 통치체제의 극치라는 그 정체를 가리울 수는 없을 것이다.

민족주의도 민주주의를 대신할 수 없다.

민족이 통일되는 것은 누구를 막론하고 다 바라는 바이지만 민주주의적 자유와 인권을 버리고 독재통치 밑으로 들어가 통일될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민들을 독재 통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며 그 다음에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통일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과 북의 모든 인민들이 통일된 조국의 다 같은 주인으로서 영광과 행복을 똑같이 누리게 될 것이다.

모든 통일운동이 무조건 다 옳은 것이 아니라 오직 민주주의적 통일에 도움으로 되는 통일운동만이 옳은 통일운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 지금 흔히 자기와 통일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반통일 분자라는 딱지를 붙이기 좋아하지만 참다운 통일분자와 가짜 통일분자를 가르는 기준은 오직 누가 민주주의적 통일원칙에 충실한가 하는 것뿐이다.

민주주의적 통일은 민주주의적 방법에 의거하여서만 성취될 수 있다. 군사적 폭력에 의거한 전쟁의 방법이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온갖 형태의 테러와 위협공갈, 허위와 기만술책도 단호히 배격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적 통일의 주체는 남북한의 인민들이다.

남북한 인민들이 통일위업에서 주인의 지위를 차지하고 주인의 역할을 하도록 보장해 주는 원칙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인민들에게 남북한의 실태와 통일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사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실태를 있는 그대로 폭로하고 비판하면 상대방을 자극하여 민족통일에 방해로 된다고 하면서 통일에 관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민족과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중대사인 통일문제와 관련된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엄중한 죄악으로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통일문제에 관한 우리의 견해만이 옳다고 자부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재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우리 민족과 세계 인민들의 공동의 염원에 맞는다는 대의명분에 끝까지 충실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공명정대하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은 스스로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견해가 진실과 진리를 담고 있는 한도에서 우리 국민들이 통일문제에 관한 자주적인 견해를 세우는데서 조금이나마 참고로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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