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제139회]
  • 관리자
  • 2010-06-04 1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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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으로 오기 얼마 전에 김일성대학 철학부에 나가보았더니 학생들의 도덕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남학생이 여학생을 공공연히 발로 차거나 폭행하는가 하면, 도적질이 너무 흔해 도저히 단속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선생의 물건을 훔친 학생을 알면서도 그가 중앙당 간부의 자녀라고 해서 야단도 못치는 일까지 있었다. 학생간부들이 학생들에게 술이나 담배, 돈을 가져오라고 종용하는 것은 거의 합법화되다시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수들 역시 시험 때가 되면 학생들에게 술이나 담배를 요구한다고 했다.

나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제자들인 학부장과 학부 당 비서들에게 백여 명이나 되는 교수들 가운데 시험 때 뇌물을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선생님, 뇌물을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을 게 아니라 뇌물을 안 받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물어봐야 합니다. 뇌물을 안 받는 사람은 기껏해야 1~2명뿐입니다.” 내가 도덕교양을 소홀히했다고 하자. “선생님, 도덕이 죽은 지가 이미 옛날인데 아직도 도덕 말씀을 하십니까?” 라면서 오히려 세상물정에 어두운 나를 보고 웃는 것이었다.

왜 대학이 이 모양이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들의 대답이 무엇보다도 제대군인 학생들이 대학을 망쳐놓았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군대에서 도덕교양을 많이 했지만, 김정일이 군권을 장악한 다음부터는 그저 김일성, 김정일을 위해 총폭탄이 되어 죽으라는 말만 하고 도덕교양을 죄다 버렸기 때문에 제대군인들이 모두 폭력만능주의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과학과 교육의 최고전당인 김일성종합대학이 그 지경이 되고 말았으니 사회의 상태야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또 한번은 중앙당학교 선생이 찾아와 지금은 모든 기관과 기업소에서 물안지법칙이 지배한다고 하기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물었더니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지금 국가의 기관이나 기업소들에서 담보가 없는 지령서를 남발하기 때문에 갖고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뇌물을 줘야 하며, 다음으로는 안면이 큰 몫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뒤에야 겨울 국가 지령서의 효력이 나타난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물안지법칙 얘기도 마침내 옛말이 되었다.

일반대중 사이에서는 드러내놓고 도덕을 비웃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1등 양심있는 사람(1등 머저리)은 95년에 굶어죽고, 2등 양심있는 사람(2등 머저리)은 96년에 굶어죽었는데 아마 3등 양심있는 사람(3등 머저리)이 97년에 굶어죽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협잡꾼들만 살아남게 된다’는 말이 그것이었다. 절도나 강도를 근절시킨다고 하면서 번번히 공개총살을 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거둘 수 없었다.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지방에서는 예사고, 평양의 시장에서도 사람고기를 파는 일이 적발되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한 준의사(의학대학 졸업생은 의사이고 의학전문학교 졸업생은 준의사이다)가 평양의 시장에서 돼지갈비를 사왔는데, 고기가 이상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틀림없는 사람갈비여서 다음날 사회안전원을 데리고 나가 범인을 붙잡았다고 했다. 이렇듯 사태가 악화될수록 김정일은 더욱 더 군사적 폭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며, 새벽부터 밤늦도록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광분했다. 나는 김정일이 드디어 무모한 전쟁에서 출로를 찾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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