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北주민들 위해 ‘북한말’로 책 쓴 탈북민 출신 1호 통일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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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8 0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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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산 주무관. /김경산씨 제공 

탈북민 출신 1호 통일부 공무원으로 탈북민의 초기 정착 과정을 돕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근무 중인 김경산(52) 주무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조선어(북한말)’로 쓴 책을 출간한다. 김 주무관은 출간을 앞둔 책 ‘관찰자가 본 북과 남: 강성대국 조선의 미래’ 서문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조선의 독자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다”며 “인터네트, 해외려행, 외국 출판물 등 외부세계를 전혀 접하지 못하는 조선의 청년들과 지식인들에게 ‘대한민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에서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 주무관은 맞춤법과 표현 모두 ‘조선어 표준’에 맞춰 책을 썼다. 각국의 코로나 백신 기술력을 비교하며 “중국이 만든 왁찐(백신)은 효과가 낮다는 비아냥 속에 세계 유통시장에서 소외됐다”거나 “한국은 웰남(베트남)전 참전으로 기초체력을 다진 이후 현재는 옛 쏘련의 군사적 보호를 받던 뽈스카(폴란드) 등 동유럽 나라들이 대한민국이 만든 땅크(탱크), 대포, 전투기들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시대를 맞춰 등장한 박정희라는 거물에 의해 남쪽의 경제발전은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일부 사람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와 인권탄압에 대해 분노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보다 더 심한 통제사회에서 배고픔의 최극단을 조선에서 경험해본 나로서는 ‘빵이 먼저냐 자유가 먼저냐’라는 질문 앞에 박정희 대통령이 떠올라 마음마저 숙연해진다”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배고프지 않는 정책이면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독재든 민주화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국가의 목적은 시민의 행복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2000년전에 말했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자신이 학창 시절을 회고하며 “아름답고 고상한 참다운 공산주의적 인간으로 거듭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했다. 그랬던 그는 친구에게서 빌린 일본 소설 ‘인간의 증명’을 접한 뒤 가치관의 큰 혼란을 겪는다. 김 주무관은 소설에서 살인 사건 수사를 위해 미국의 거지촌에 찾아간 일본 경찰이 피해자 집을 방문한 장면을 묘사한 ‘좁아터진 방에는 TV, 랭동기, 침대, 옷장, 작은 책상 그것뿐이었다’는 문장을 읽고 “미국과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데 1970년대에 이미 거지들의 집에 TV, 랭동기, 침대 등이 다 있는가”라며 놀랐다고 한다.

김 주무관은 아버지 고향인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 소형 라디오를 구입해 밤마다 남한 방송을 들었다. 처음엔 방송 내용을 의심했다고 한다. 그는 남한 여성들이 싱싱한 배추와 벌레 먹은 무농약 배추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는걸 듣고 “북에선 없어서 못 먹는데 가난한 대한민국이?”라며 “배추 자랑 허풍은 대한민국 방송의 결정적인 헛소리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결국 1999년 가족을 북에 남겨둔 채 두만강을 건너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2010년 4월 통일부 입부 이후 현재까지 ‘하나원’에서 탈북민의 정착 과정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주무관은 16일 통화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알려서 북한에 두고 온 가족, 고향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책에서 “비교 대상이 없었던 조선 사람들은 바깥세상을 아는 순간 모두가 혁명이 뭔지 알게 될 것”이라며 “내부의 진실이 드러날까 봐 제정된 조선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곧 정보 기술의 발전 앞에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주무관은 “보위부에서 노트컴이나 지능형손전화기 등에 아무리 새로운 체계(검열 프로그램)을 태운다고(강제 설치)해도 대학생 천재들은 ‘잠매’ ‘3차원 세계’ ‘미궁’ 같은 검열 우회 프로그램을 바로 만든다”고 했다.

책에는 북한 내부 동향 관련 정보도 담겨 있다. 김 주무관은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통해 존재가 알려진 ‘서기실’ 규모가 무려 2000명에 달한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정확히 확인된 적은 없지만 조선의 고위급 내부 소식통의 비공식적인 정보에 의하면 중앙당 비서국과 서기실이 있는 중앙당 본부 3호 청사에는 군사, 정치, 경제 등을 총 망라하여 분야별로 분석하고 정책을 세우는 중요간부 300여명, 청사 내 총 직원은 800여명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서국과 서기실 업무를 돕는 문서실, 분석실, 내부 시설관리 등 보장성원까지 합치면 2000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며 “이들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들로 한번 들어가면 종신 복무가 원칙이고 공개적인 식사 등도 불가할 정도로 로출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서기실에 대해 “언론에 절대 공개되지 않는 중앙당의 서기실 책임서기 자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실의 비서실장 격으로 최고지도자의 유일한 대리결재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고지도자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자리를 비울 때면 긴급서류들은 그의 판단에 따라 최고지도자의 교시와 방침으로 하달된다”며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지방 순찰시 김일성 주석의 기본발언이 끝나고 그가 나가면 책임서기가 회의를 주도하며 도당 책임비서 이하 간부들에게 쌍욕을 해대며 ‘수령님의 교시와 말씀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거세게 몰아세웠다”고 했다.

김 주무관은 북한 남성을 위한 ‘주의사항’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에 처음 왔을 때 긴양말(스타킹), 가슴띠(브래지어) 광고를 너무 창피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며 “(남한에서는)음성적으로 운영되는 윤락업소를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사회 전반의 성문화가 문란할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상한척 하는 북쪽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했다. 김 주무관은 “북에서는 강력한 성인영상물 단속 때문에 그 대체제로 수위가 높은 낯 뜨거운 성적 롱담들이 사회전반에 일상화 되어있다”며 “성행위를 묘사하는 사회전체의 일상적인 롱담 수위가 도를 넘는다. 남쪽에서 그렇게 롱담을 했다가는 성희롱으로 경찰서에 끌려간다”고 했다. 그는 “서로 호감이 있는 이성일지라도 성적 롱담이나 신체적 접촉은 북쪽보다 절제된 방식으로 표현된다”며 “사귀고 싶은 녀성을 북쪽 방식으로 남자답게 밀어붙이다가 경찰서에 끌려간 탈북민이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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