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전자 신용카드 ‘지급충진카드’…선결제 후상환 구조
  • 북민위
  • 2025-04-19 09: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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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자상거래 앱 ‘나의길동무 6.0’ 내 ‘지급충진카드’ 설명서. /사진=데일리NK

북한이 후불 결제를 기반으로 한 ‘지급충진카드’를 도입해 일종의 ‘북한판 전자 신용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사용자급수(신용등급)가 하락하고 카드 사용이 차단되는 구조로, 신용에 기반한 전자결제 시스템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데일리NK는 최근 삼흥경제정보기술사에서 개발한 북한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 ‘나의길동무 6.0’을 입수했다.

이 앱의 도움말에는 ‘지급충진카드’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지급충진카드는 “사용자들이 삼흥유료점수가 급히 필요한 경우 점수 충진을 후불로 봉사받을 수 있도록 하는 카드”다.

나의길동무 6.0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삼흥유료점수’가 필요한데, 지급충진카드는 물건 구매에 필요한 삼흥유료점수를 우선 충전한 뒤 일정 기간 내 상환하는 방식으로, 선결제 후상환 구조를 갖춘 후불 결제 수단이다.

북한 전자상거래 앱 ‘나의길동무 6.0’ 내 ‘지급충진카드’ 설명서. /사진=데일리NK

설명서에 따르면 사용자는 급수에 맞는 금액을 입력하고 ‘충진’ 버튼을 누르면 충전 요청번호와 연계번호가 표시된다. 이 연계번호로 연락해 신분 확인이 완료되면, 요청한 지급점수가 충전된다. 신분 확인은 최초 1회만 진행되며, 이후부터는 자동 충전이 가능하다. 앱에서 생성된 인증번호를 ARS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사용자급수는 충전한 지급점수를 제때에 많이 청산할수록, 또 삼흥유료점수를 충전하고 이로 삼흥제품을 구입할 때 올라간다. 지급점수를 기일 안에 청산 못하거나 전달에 비해 삼흥유료점수 충진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때는 사용자급수가 내려간다.

이는 사용자의 상환 능력과 소비 내역을 기반으로 신용도를 산정하고, 이에 따라 이용 한도를 차등화하는 일종의 신용관리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추진하는 무현금화 방침을 위해 디지털 결제를 늘리는 방향에서 이 같은 체계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전자상거래 앱 ‘나의길동무 6.0’ 내 ‘지급충진카드’ 설명서. /사진=데일리NK

또한 설명서에 따르면 지급충진카드는 ▲카드가 발급되지 않은 상태 ▲카드가 발급된 상태 ▲카드가 만기된 상태 ▲카드가 차단된 상태 등 총 네 가지 상태로 구분된다.

설명서에는 “카드가 발급되지 않은 상태일 때 충진을 하면 카드가 발급되며 충진한 금액만큼 지급점수잔고와 삼흥유료점수가 불어난다”며 “카드가 발급된 상태일 때 지급점수충진과 청산을 진행할 수 있으며 충진된 지급점수는 지급점수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고 안내돼 있다.

아울러 “카드 마감날짜에 지급점수잔고가 0이면 카드가 완료되면서 발급되지 않은 상태로 된다”며 “하지만 카드 마감날짜까지 청산하지 않으면 카드가 만기된 상태로 된다”고 돼 있다.

지급점수를 충전하면 카드가 활성화되며 이때부터 추가 충전이나 상환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카드가 만기가 되면 추가 충전을 할 수 없으며 카드 마감날짜까지 상환하지 못하면 카드가 차단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카드가 차단되면 나의길동무 앱상에서 모든 구입 및 점수 관련 조작을 할 수 없게 된다. 지급점수 상환을 완료하면 발급되지 않은 상태, 일종의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된다.

이렇듯 지급충진카드는 단순한 후불 결제 기능을 넘어 신용도 기반으로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연체 시 사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신용 거래가 허용되는 ‘북한판 전자 신용카드’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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